[발아못함] 두리안 발아하기

HI_NA 2023. 6. 5. 16:24

 

집근처에 제법 규모가 큰 동네 식자재 마트가 있다.

처음엔 그렇게 크게 될 줄 몰랐는데, 알고보니 이 마트 사장님이 마트를 여러개 운영하면서 돈 좀 버는 사람임

아니나다를까 사람들 문전성시를 이루더니 확장에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여 굉장히 커짐.

 

그렇게 여느때와 다름없이 엄빠와 쇼핑을 하러 간 그 곳에서 

 

3만원짜리 두리안을 발견했고

아직도 중2병 문화사대주의에 심취한 내 남동생에게 옛다 임마 두리안이다 시전하고 싶었던 누나는

두리안을 사서 동생에게 너가 손질하라고 던져주었다.

 

덥썩 넘어간 동생은 유튜브로 바로 두리안 손질하는 법을 찾았고

 

처음치곤 능숙하게 두리안 내용물을 발굴하는데 성공함

그래서 두리안 맛은 어땠냐고요?

저거 숙성시켰어야 하는데 숙성 안시켜서 과육이 약간 덜 여물었더라고요

내가 중국 교환학생 갔을 때 먹은 거랑 똑같은 맛은 나는데 좀 덜 부드러웠음

 

평가

나 : 발효된 양파를 섞은 크림맛. 아 솔까 못먹을 맛 아님 근데 국내에선 가격이 에바

엄마 : 썩은 양파 + 하수구향. 인생에 두번은 없음.

동생 : 지옥의 냄새 천상의 맛. 내 취향임 맛있음 뇸뇸

 

그리고 두리안 씨앗 4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저 과육과 맞닿은 부분이 나중에 냄새 오지고 썩을 것 같아서

저거 칼로 긁어내다가 보니 얘가 겉껍질이 있는 걸 발견하고

다는 아니고 조금만 벗긴다는게

 

이렇게 벗겨버림...

그리고 물불림을 하기 위해 테이크아웃 컵에 물 넣고 쟤넬 퐁당 담궈놓고

한 2일 봐준다는걸... 일주일을 봐줬어요...

그사이에 엄마가 물 한번 갈아줬는데 얘네 이상한 찐득한 액체가 나와서 물이 겁나 잘 더러워짐

 

꺼내보니 저렇게 가운데에 발아할 것으로 추정되는게 빼꼼 인사를 하고 있음..

그래서 일단 겉껍질 다 까주고 다시 물에 퐁당 넣어준다음

지금은 밤이니 내일이나 모레 화분 다이소에서 사서 심어줘야겠다 했는데

화분 사고 약속이 생기는 바람에 화분을 엄마에게 전달하고 약속을 갔더니

 

엄마가 냅다 흙에 심어버린 것이에요..

그것도 가로로 심은것도 아니고 냅다 수직으로 세워서 심으셨다길래

 

드루이드 아저씨의 말을 듣고 살짝 씨앗은 드러나되

약간 저 말처럼 어느정도 깊게는 심어야겠다 하며 심으려했던 나는

바로 엄마에게 드루이드 아저씨 캡쳐본을 보냈고

 

엄마는 이렇게 씨앗 위치를 수정하여 심으셨다,..

근데 흙을 엄마가 위에 좀 많이 올린 것 같긴 했는데 뭔 일이야 있것냐 하고 냅뒀는디

저 후에 목포에 3일 내내 계속 비가 와서....

 

얜 아예 씨앗이랑 영양받을 곳이 분리가 되어버렸고

 

나머지 세개는 양분을 공급해 줄 그 부분이 끈적하고 하얗게 변해버림

하나는 씨앗 버린단 생각으로 그 끈적이는 걸 걷어내봤더니

안에서 뭔가 발아한 씨앗의 줄기같은게 보이길래 다시 황급히 흙으로 덮어줌.

 

굳이 이걸 내가 지금 뽑아버릴 필요 없이 그냥 이대로 한번 둬보기로 했다.

제까짓게 한 두달 두면 싹이 날 수도 있겠지!!

발아는.. 기다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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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7. 추가

화분을 수돗가 옆에 둔 죄로, 그리고 비가 많이 온 죄로.. 썩어서 회생불가상태가 되었다ㅠ

2개는 죽었고... 2개는 다시 심어서 두었으나 여전히 소식이 없어 결국 화분은 방치상태로...